한국배구100년 - page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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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구 100년의 발자취_
희망의 불씨를 지키며
정상을 넘보며 실업 배구의 판도 변화를 시도했지만 미도파(대농)와 현대의 양강 체
제는 여전히 견고했다. 하지만 기존 강팀들을 대표하던 주전들이 부상 등으로 전력
차질을 빚고 세대교체의 진통을 앓는 사이, 호남정유, 한일합섬, 선경인더스트리 등
이 신흥 세력으로 활기차게 떠올랐고 1980년대 후반에 이르자, 3강 또는 4강 구도를
형상할 정도로 성장했다.
흔들리는 양강 구도
1989년 2월 호남정유가 전년도 대통령배대회 우승팀 대농을 1차대회에서 3?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호남정유가 국가대표선수들이 다 출전한 대농을 물리친 것은
1970년 팀 창단 이후 처음이었다. 게다가 호남정유의 주전 6명 가운데 4명(홍지연,
장윤희, 김호정, 이정선)이 여고 졸업반 신예들이었다. 184연승기록 등 ‘관록의 팀’으
로 자부해왔던 대농은 2차대회에선 한일합섬에도 패해, 최종 결승전 진출을 호남정
유에 넘겨줬고 대회 참가 사상 처음 4위로 내려앉았다.
1987년 10월 일신여상의 김철용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끌어들이며 팀을 전면 개
편한 호남정유가 1년 3개월 여 만에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빠른 배구, 끈질
긴 수비 배구, 높이의 배구로 파란을 일으킨 호남정유가 보인 성과는 특히 갓 졸업
한 단발머리 여고생들 주축으로 일궈낸 것이어서 향후 여자배구 판도 변화까지 예측
케 했다.
1990년 여고배구 최고의 스타인 경남여고 출신 박수정(178cm)을 영입한 호남정
유는 한결 여유로운 조직플레이를 펼쳐 일치감치 정상 등극 후보로 꼽혔다. 홍지연
(187cm)을 제외하곤 주전 공격수 대부분이 170cm 안팎의 단신이어서 빠른 공격위
주의 경기를 보였던 호남정유가 박수정의 가세로 공격과 블로킹에서 달라진 모습이
었다.
1991년 3월 10일. 제8회 대통령배대회에서 호남정유는 마침내 현대와 대농의 양
강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 지경희(176cm), 김영숙(178cm)의 공격력에 힘입어 3
연속 우승을 노리던 현대에 3-2 역전승을 거두고 챔프가 되었다. 홍지연, 김성민
(180cm)의 고공 블로킹과 세터 이도희의 빠른 직선 토스를 살린 장윤희(170cm) 김
호정(169cm) 박수정의 빠른 공격이 현대의 수비를 흔들어 2년 전 결승에서의 패배를
설욕, 마침내 대통령배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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