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겼는데 특히 제4세트를 14-8로 리드하다 역습으로 놓친 것이 한이 되고 말았다. 여
기서 주공격 조혜정이 다리 경련을 일으켜 대체된 것도 불운의 신호였다.
두 번째 동독과의 경기는 소련과는 반대 양상이었다. 두 세트를 먼저 내주는 악조
건에서 3세트 마저 13-14로 리드당했으나 동독의 공격 범실을 틈타 16-14로기사회
생, 결국 5세트까지 가서 3-2의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두었다. 그들의 의표를 찌르는
우리의 서브 포인트가 대세를 결정지었다.
쿠바와의 경기도 첫 세트 14-16의 대접전. ‘검은 공’으로 불리는 쿠바는 서전트 점
프1m의 괴력을 지닌 선수도 있어 공포적이었지만 우리의 속공에는 속수무책으로 무
너졌다.
이렇게 신고(辛苦)를 겪으며 준결승에서 만난 일본은 포메이션의 짜임새나 오픈
공격의 파워나 우리에겐 아무래도 벅찬 상대였다. 첫 세트는 호각의 접전. 부상에서
회복한 조혜정을 필두로 유경화, 유정혜의 콤비플레이, 이순복, 변경자의 시간차 공
격으로 첫 세트를 13-13까지 끌고 갔으나 일본의 주득점원인 한국계 시라이의 연타
를 막아내지 못하고 15-13으로 패한 뒤 2, 3세트는 6점, 5점으로 싱겁게 내주고 말
았다.
우리 목표가 동메달이었으므로 일본보다는 헝가리를 잡는 전략이 필요했다. 결론
은 헝가리의 허점을 노려 속공으로 승부를 건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헝가리가 조 예선에서 일본에 밀려 2위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동구권에서는 그래도
우승권에 있어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는 상대인 것만은 분명했다. 선수들은 동구권 심
판의 판정에 예민해진 모습을 보여 시종일관 살얼음판을 걷는 듯 했다.
첫 세트를 12-15로 내준 뒤 우리는 활발한 선수 교체로 동요를 막으면서 안정감을
되찾아 15-12, 15-10으로 이겨 주도권을 잡은 끝에 4세트에서는 단 6점만 내주며 게
임을 마무리, 꿈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은 최강의 전력이었던 만큼 우승 자격이 충분했던 반면 준우승한 소련은 결승
에서 일본에 3세트 합계 17점에 그치는 하프스코어의 완패를 당한 것을 보면 우리가
재대결했다면 이길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아쉬움은 우리 선수들이 조 편성에서 모두 동구권 국가들과 붙는 불리함
속에서 연일 강행군을 거듭해 정상 컨디션이 아닌 데다 대체 선수 부족의 어려움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따내 최상의 결과를 도출
(導出)해 냄으로써 우리나라 배구사에 큰 획을 그었다.
배구 주요 활동_
국제무대도전